변환 결과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 두 번의 정리해고가 만든 AI 창업가의 도전
기(起) - 맹독성 약품과 컴퓨터의 꿈
"전승엽님, 정리해고 대상자입니다."
3천억 원을 투자받은 농업 스타트업의 회의실에서 들은 그 말. 사실 두 번째였어요. 첫 번째는 5년 전, 막 7살, 5살이 된 두 아이를 보며 막막했던 그때였죠. 대표님과의 면담에서 갑작스레 들은 소식에 처음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마음 한편이 담담해졌습니다. '아, 이제는 내가 내 길을 결정할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22살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인천 4공단 PCB 생산라인에서 동도금 작업을 하던 청년이 AI와 함께 창업을 하게 될 줄이야. 맹독성 약품이 몸에 튀는 일이 다반사였고,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며 일하는 날들이었어요. 손가락은 화상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숨 쉬기도 답답했죠.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엔 작은 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싶다'는.
때마침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이었어요. 막연하면서도 왠지 확신이 들었죠. 앞으로는 컴퓨터 없이 일하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올 거라고요. 병역특례로 어렵게 모은 돈과 PC방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털어 웹디자인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 플래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배웠어요.
첫 직장은 작은 웹 에이전시였습니다. 면접 때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3-4년 안에 큰 에이전시로 가자'는 목표도 세웠죠.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어요. 3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습니다. 실력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웹 관련 책이란 책은 모두 사서 코드를 하나하나 따라 치기 시작한 게. 새벽까지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던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승(承) - 18년, 대기업도 찾는 SEO 전문가가 되기까지
2008년,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평범한 웹퍼블리셔로 살아갈 줄 알았죠. 그런데 2010년, 회사가 갑자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SEO 전문 회사로 피봇한다"는 거예요. 동료들은 의아해했죠. "한국은 네이버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요. 하지만 저는 달랐어요. 마침 아이폰이 나왔고, 구글이 성장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SEO의 길은 처음엔 정말 막막했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기회들이 찾아왔어요. 삼성전자 갤럭시 글로벌 웹사이트, 현대자동차 통합 사이트 프로젝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저희를 찾아주었죠.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우리가 제안한 SEO 전략이 실제로 채택되어 성과로 이어질 때였어요. "트래픽이 43% 증가했습니다", "월 30-50만 명이 우리 콘텐츠로 유입되고 있어요"라는 보고를 들을 때면 정말 뿌듯했죠. 18년간 쌓아온 전문성은 업계에서도 인정받게 되었고,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참 예측하기 어렵더라고요. 2018년, 더 큰 꿈을 품고 컴퓨터비전 AI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5년 동안 정말 열정적으로 일했어요. 개발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을 했죠. 사업개발, 세일즈, 고객 대응, 서비스 기획까지. "우리가 세상을 바꿀 거야"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표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전승엽님, 정리해고 대상자입니다."
그때 아이들이 7살, 5살이었어요. 아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이해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괜찮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돼'라고요.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나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에 들어갔습니다. 3천억 투자받은 국내 1위 기업이니 이번엔 안전하겠지 싶었어요. SEO 팀장으로서 성과도 만들어냈고요. 그런데 1년 만에 또다시 들려온 소식.
"80% 인력을 감축합니다."
전(轉) - AI가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
두 번째 정리해고를 겪으면서, 이번엔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럴 바에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처음엔 여러 시도를 해봤습니다. 스타트업 소개팅 서비스도 만들어보고, 딩동댕동이라는 주류 안주 구독 서비스도 시도해봤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죠. 준비 없는 도전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특히 기술적 한계가 컸어요. 프론트엔드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백엔드 개발은 정말 막막했거든요.
그때 운명처럼 만난 게 AI였습니다. ChatGPT, Claude와의 첫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처음엔 그저 대화를 나누며 "너는 뭘 알고 있니?", "내 일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물어봤죠.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 이거면 혼자서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는데?'
그날부터 정말 신나게 만들기 시작했어요. SEO 리서치 툴, 크롤러, LDA 분석기... 수십 개의 서비스를 AI와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아빠,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음악을 들려주면 성장하는 게임 만들어줘"라고 했을 때도 뚝딱 만들어줄 수 있었죠. AI와의 이런 협업을 저는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르게 됐어요.
그러던 중 소상공인과 창업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발견했어요. 모두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지만, 정작 고객과 어떻게 만날지는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홈페이지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18년간 SEO를 해온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거든요.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요. 590만 소상공인의 66%가 5년 내에 폐업한다는 통계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을 만나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이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SEOX가 탄생했습니다. 비싼 컨설팅 대신, 월 9만 원으로 누구나 검색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서비스. AI와 함께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어요. 현재 50%를 직접 구축했고, 특허도 출원했으며, 예비창업패키지에도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첫 MVP를 완성하고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드렸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가 해온 일들을 알기에 따뜻하게 말해주었죠. "수고했어."
결(結) - 함께 검색되는 세상을 꿈꾸며
요즘 저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로 향해요. AI와 함께 2-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들고, 수정하고, 때론 과감히 버리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합니다.
첫 고객이었던 대다모를 만날 때도, 최근 계약한 헤럴드코리아를 만날 때도 여전히 긴장되지만 동시에 기대가 됩니다. '이분들의 서비스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어떤 고민을 갖고 계실까?', '내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몇 달간 수입이 없다가 처음으로 440만 원이 입금됐을 때, 가장 먼저 아내에게 알렸어요. "수고했어, 고마워"라는 아내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요. 가족의 응원이 있기에 오늘도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막노동을 하던 22살의 제가 이런 미래를 상상이나 했을까요? 두 번의 정리해고를 겪고 AI와 함께 창업의 길을 걷게 될 줄은요. 하지만 지금은 확신합니다. 이 길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요.
3-4년 후에는 창업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소요유"와 "SEOX"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길 바랍니다.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에, 모든 창업가가 검색되고 발견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평생직장은 사라졌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고 믿습니다. 두 번의 정리해고가 제게 준 뜻밖의 선물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AI 시대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것.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검색되지 않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막막하신가요? 괜찮습니다. AI와 함께라면, 그리고 당신의 경험과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요.
검색되는 그날까지, 저는 계속해서 만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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